Interviewer: 이용균 (noninertialframe.com)
링글(Ringle)은 미국과 영국의 명문대 출신 원어민 튜터에게 1:1 화상 영어 수업을 받는 서비스이다.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영어는 종종 네트워킹과 비즈니스의 걸림돌이 된다. 영어 공부가 중요하지만 어렵다는 문제를 2015년부터 풀어왔던 모습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2021년에는 200억원 이상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문제와 제품에 누구보다 집중하고 있는 이승훈 대표와 링글의 현재, 창업 이야기,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링글 소개
링글은 자신의 커리어에 열정을 갖고 있는 명문대 출신의 원어민 튜터들과 수업을 하며 “살아 있는 영어”를 화상으로 배울 수 있는 플랫폼이다. 회화, 시사 토론, 인터뷰 연습 등 수강생의 필요에 대한 맞춤 수업이 진행된다. 수업이 끝나면 튜터가 유창함, 어휘, 문법, 발음 등의 부분에 대한 상세한 피드백을 준다. 녹음된 수업 스크립트도 활용하여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한 후 부족한 부분을 복습하고 개선할 수 있다.
수업 후 피드백 화면 (출처: 링글 유튜브)
사실 플랫폼이 제공하는 도구보다 튜터의 실력이 훨씬 중요한데, 링글의 가장 큰 차별점은 튜터의 수준이다. 법학, 공학, 의학,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 및 전공 중인 튜터들은 이력서 심사, 수업 시연, 교육 담당자와의 면담을 포함한 4단계의 검증 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관심사와 배경이 다양한 튜터들과 전문적인 이야기를 나누거나 커리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조언도 받을 수 있어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고, 때로는 멘토 멘티의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끼리 만나 대화를 하면 금세 깊은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처럼, 튜터와 수강생 모두 열정적이고 인생에 대한 태도가 비슷해 수업을 통해 시너지가 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링글은 단순한 언어 학습 서비스를 넘어 사람들이 도전을 하고,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는 분위기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 일환으로 1년에 한 번 이상 우수 튜터들에게 한국을 여행하며 수강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실시간 교정을 받는 링글 수업 화면 (출처: 링글 유튜브)
올해 5월, 10대를 위한 링글 틴즈 서비스가 출시됐다. 링글 수업을 듣는 10대 학생들이 많아져 전용 서비스를 따로 만든 것이다. 제품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링글 틴즈는 교정보다는 대화와 질문에 초점을 맞추고, 10대의 눈높이에 맞춘 교재를 통해 아이들이 원어민과 재미있게 대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링글과 인공지능
생성형 AI가 교육 분야를 바꾸고 있는 요즘, 인공 지능에 대한 이승훈 대표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사람의 집중력과 멀티태스킹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수의 튜터들이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의 말을 제대로 모니터링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인공 지능은 그런 한계가 없어 훌륭한 보조로서 학생의 말을 모두 파악하여 무엇이 부족했는지 찾아낼 수 있다. 그래서 추천이나 진단 같은 객관적인 일을 처리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다. 최근 링글은 AI 기반의 말하기 진단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직 초기이지만 사용해 본 학생들은 인공지능이 튜터가 놓친 자신의 사소한 실수들을 잡아내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에 대한 근거를 알려주어 도움이 된다는 반응을 보인다.
반면 아직 AI 튜터를 개발할 계획은 없다. 인공 지능은 사람과 제대로 된 교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기술적인 문제보다 사람의 본성과 관련이 있다. 인공 지능과 “이야기”를 할 때 아이들은 보통 인공 지능을 인격체로 취급하지 않아 올바른 방향으로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교육 현장에서만큼은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이 주인공이어야 제대로 된 의사 소통과 그에 따른 학습이 이루어 질 수 있다.
링글 창업 과정
이승훈 대표는 스탠포드 경영학 석사 프로그램(MBA)에서 동기로 친하게 지내던 이성파 공동 창업자와 창업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링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MBA 환경에서 서툰 영어 때문에 힘들었고, 다른 사람들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영어 공부가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창업이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세상을 바꿔야겠다” 같은 심각한 목표보다는 흥미를 잃어버리거나 그만두어야 하는 외부적인 이유가 생기기 전까지는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었다.
초기에는 직접 전단지를 돌리며 튜터를 모았고, 수강생과 튜터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모든 수업을 참관하여 수업이 끝나면 수강생과 인터뷰를 했다. 링글 창업이 자신의 문제를 푸는 과정이기도 했기 때문에 손에 흙을 묻히며 “Do Things that Don’t Scale“을 했던 초기 과정이 이승훈 대표에게는 즐거웠다. 다른 사람을 위한 제품을 만들었다면 사업 지속 여부를 결정할 객관적인 지표를 설정했겠지만 스스로를 위한 솔루션을 개발했기 때문에 그만두는 시점이나 기준을 정하지 않고 올인(all in)할 수 있었다.
이승훈 대표는 아직도 고객에게 집착하며 문제에 몰입한다. 문제의 본질을 푸는 일은 굉장히 어려우면서도 즐겁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흥미를 느끼지 못해 영어 공부를 하지 않는다. (링글 입장에서) 이상적인 세상에서는 사람들의 일정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영어 면접 혹은 발표 같은 스케줄에 맞춰 적합한 수업을 추천하여 동기 부여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어진 정보와 사용자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바탕으로 영어 공부를 도울 방법을 구상한다.
문제에 대한 집착은 성공적인 시리즈 A 투자로 이어졌다. 링글은 2019년에 시드 투자를 받았고, 같은 투자자들에게 2021년 시리즈 A 투자도 받았는데 그 과정이 일반적인 투자 유치 과정과 조금 달랐다. 벤처 캐피털(VC)들에게 시드 투자를 거절 당하던 중 머스트 자산운용에 B2B 세일즈를 하러 가서 투자 유치 피칭의 기회를 잡았고, 결국에는 시드 투자를 받게 되었다. 그 후 2년여간의 꾸준한 성장,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비전, 낮은 직원 이탈률을 바탕으로 시드 라운드에 참여했던 머스트 자산운용, 원자산운용 등의 투자자들에게 시리즈 A 투자도 유치했다. 투자자 구성이 벤처 캐피털이 아닌 자산운용사 중심인 국내 스타트업은 흔치 않은데, 링글이 처음부터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다. 다만 펀드 형태나 TIPS 같은 추가 지원 보다 “링글의 비전 및 목표에 align된 투자사”를 찾는 노력 끝에 링글의 현재 투자자 구성이 갖춰졌다.
이승훈 대표는 회사의 규모가 커져도 계속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에 집중한다. 그래서 아직도 사용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 링글 틴즈를 출시하기 전에도 링글 수업을 듣는 청소년들의 부모들과 깊은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직접 만난 부모의 대부분은 자녀가 영어를 싫어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을 느껴 일주일에 한 두 시간이라도 재미있게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했고, 대학 입시 때문에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 싫어했다. 그래서 링글은 훨씬 규모가 큰 입시 관련 시장을 공략하지 않고, 사용자의 문제를 같이 진심으로 고민하여 그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출시했다.
창업 이야기를 나누는 이승훈 대표 (출처: 링글 유튜브)
링글 운영에 대하여
링글에는 약 70명의 직원이 있고, 그 중 반 정도가 엔지니어, 디자이너, PM으로 일하고 있다. 미국 오피스에는 10명 정도의 직원이 있는데 대부분 리더십 포지션이다. 이승훈 대표에게 시차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오전에는 미국 팀과 일하고, 오후에 잠시 아이를 돌보다가, 저녁에 다시 한국 팀과 미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차를 극복할 수 있는 데에는 직원들의 열정도 한 몫 한다. 이승훈 대표는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종종 링글의 NLP 기술 혹은 서비스 자체에 큰 관심이 있어 먼저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고, 행사에서 만든 작은 인연이 채용으로 이어진 경우도 많다. 리크루팅 과정에서도 왜 링글에 들어오면 좋은지 설득하지 않고, 링글의 문화와 비전을 설명하면 그 것에 동기 부여를 얻어 열심히 할 수 있는 직원을 뽑으려고 한다. 그 일환으로 링글에서는 주기적으로 공모전을 여는데, 비교적 긴 공모전 기간 동안 참가자들의 태도와 결과물을 보면 내적 동기를 가진 사람을 찾을 수 있다.
반면 현재의 직원들을 동기 부여 시키는 최고의 방법은 회사의 성장이다. 일에 대한 열정을 갖는 것은 개인의 몫이지만 분명 회사가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편법을 통한 성장이 아닌 구성원들과 함께 크는 좋은 과정의 성장은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데에 도움을 준다. 직원들과 보통 미팅을 통해 교류를 하는 대표로서는 그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마무리하며
이승훈 대표의 단기적 목표는 성장이다. 2021년 1분기 25명에서 현재 70명 이상으로 늘어난 직원 수에 발맞춰 실적도 같이 올라가야 한다. 늘어난 인력 대부분이 AI 진단 도구 개발 같은 장기 프로젝트에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에 곧 그 효과가 나타나 앞으로 꾸준히 매년 2, 3배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공부할 마음이 있는 전세계 모두가 좋은 강의와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What matters to you most?” 스탠포드 MBA 지원 에세이 질문에 답하며 이승훈 대표는 스타트업을 통해 누구나 잘 사는 평등한 세상을 그렸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창업자가 되는 스타트업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사람이다. 그런데 열정과 재능은 지리적으로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은 전세계 사람들이 모두 잘 살 수 있게 되는 기회의 요람이다. 글은 “마음의 코딩”인 만큼 이승훈 대표는 에세이에 적은 모습대로 살고 있는 중이다. 링글이야 말로 이승훈 대표가 꿈꾸는 세상을 하루 빨리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서비스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