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모프로젝트 강윤모 대표 – 견주의 마음을 사로잡다

Interviewer: 이용균 (noninertialframe.com)

모모프로젝트는 강아지 중심의 SNS로 같은 지역의 견주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정보 공유, 친목 도모, 플레이 데이트(강아지의 놀이 상대를 찾아 같이 놀게 하는 것) 등의 활동을 돕는 서비스이다. 지난 달 강윤모 대표와 스타트업 업계에서 몇 번의 창업과 엑싯을 거쳐, 모모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성장시키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미국 소비자 시장에서 도전하며 하루 하루 생존하고 한 발씩 앞으로 나가는 강 대표의 모습을 보며 모두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모모프로젝트 소개

모모프로젝트는 견주를 위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이다. 사용자들은 가입 후에 자신의 강아지에 대한 프로필 카드를 만들어 등록한다. 마치 소개팅 어플처럼 등록한 프로필이 다른 견주들에게 노출되고, 지역의 다양한 강아지 프로필을 보고 견주와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모모프로젝트의 차별점은 견주들 간의 교류가 온라인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위의 강아지들끼리 실제로 만나 놀 수 있는 플레이 데이트를 찾는 기능이 인기가 많다.

모모프로젝트 어플 화면. 세 번째 화면은 주위에 열리는 강아지 플레이 데이트를 보여준다.

모모프로젝트의 사용자 수는 8,500명 정도(2023년 10월 7일 기준)이고, 그 중 약 1,500명이 샌프란시스코 및 실리콘 밸리 지역에 있다. 사용자들끼리 앱 상에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친해지고, 동물 병원, 미용사, 애견용품 등을 서로 추천해준다. 무엇보다 아래 사진처럼 오프라인에서 플레이 데이트나 강아지 생일 파티 같은 재미있는 이벤트가 많이 열린다. 미국의 견주 커뮤니티는 인스타그램, 레딧, 디스코드 등 여러 플랫폼에 흩어져 있는데, 모모프로젝트는 견주만을 위한 플랫폼으로 유용한 정보와 믿을 수 있는 오프라인 행사를 쉽게 찾도록 돕는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마음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모아놓은 만큼, 열정적인 사용자들이 많다. 더 나아가 사용자 수가 매달 20%씩 꾸준히 증가하고, 한 달 리텐션(Retention)은 60% 수준이다. 인지도와 입소문으로 지난 1년 간 고객 획득 비용(Customer Acquisition Cost)이 90% 이상 감소했다. 몇몇 사용자는 직접 고객 인터뷰를 하며 어떻게 서비스를 개선할지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 보냈고, 기자로 일하는 한 사용자는 자발적으로 데스크를 설득해 모모프로젝트에 대한 기사를 냈다고 한다.

모모프로젝트 사용자들의 플레이 데이트 사진.

강윤모 대표는 결국 인공지능 반려견 돌봄이(AI Pet Nanny)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강아지는 사람처럼 한 마리 한 마리가 다 다르기 때문에 각 강아지에게 맞춤화된 돌봄이 필요하다. 강아지를 키우다 보면 사료를 구매할 때나 어떤 질병에 대한 증상이 보일 때와 같이 견주가 직접 조사해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시장에는 아직 강아지 맞춤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없다. 모모프로젝트는 견주가 강아지를 키울 때 꼭 필요하다고 느낄 수준의 맞춤화된 고급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 플레이 데이트 기능을 앞세워 사용자를 모으고, 그들의 활동 데이터를 쌓는다. 그 과정에서 데이터 기반의 커뮤니티 커머스와 정기 검진 및 치료제 구독 서비스로 수익을 낼 계획이다.

창업 여정

강윤모 대표는 지난 십 몇년 간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삶을 살아왔다. 정보를 취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공통적인 주제의 여러 가지 제품을 개발했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현재는 모모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대륙에서 도전 중이다.

강 대표의 창업 여정은 한국의 300만 다운로드 취미 모임 앱인 “소모임”에서 시작됐다. 개발자 두 명으로 구성되어 있던 회사 초창기에 세 번째 직원으로 2년 동안 월급 없이 밤낮으로 일했다. 풀고 싶은 문제를 푸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일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퇴사 후에는 “우리 동네 후보”라는 정치 플랫폼을 창업했다. 1년 반 정도 회사를 운영한 시점에 해외의 정치 플랫폼은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해 이 분야의 스타트업을 전부 찾아 콜드 메일을 보냈고, 그 중 다수의 대표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 아시아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던 피스컬노트(FiscalNote)의 팀황 대표가 인수 제안을 했다. 회사 매각 후 강윤모 대표는 3년 반 가량 피스컬노트 한국 지시장이자 아시아 시장 담당자로 일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에서 워싱턴 본사로 60억 정도의 투자를 유치했고, 대형 로펌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아시아 시장에서의 브랜드를 쌓았다.

2016년 테크크런치 행사에서 이야기를 하는 강윤모 대표.

피스컬노트에서 즐겁지만 굉장히 바쁘게 일하던 중 안타깝게 반려견 두 마리가 세상을 떠났고, 병간호를 하는 과정에서 회사를 그만두었다. 휴식을 갖는 동안 무지개 다리를 건넌 강아지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 아픈 강아지를 돌보면서 경험했던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아직 반려동물 분야에 IT가 충분히 접목되지 않아 정보 부족 문제가 심했다. 인터넷에는 정보가 흩어져 있어 바쁘게 일하는 와중에 밤을 새우며 모아야 했고, 그나마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사실만 나열한 경우가 많아 자신의 반려견의 상황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특히 강아지 질병과 관련된 통계가 부족하여 비전문가로서 결정 하나 하나가 쉽지 않았다.

강윤모 대표가 겪은 반려동물 산업의 문제는 지금까지 몸 담았던 정치 분야의 문제와 본질이 같았다. 정치에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에게 맞춤화된 정책이나 법안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데이터를 통해 풀었다면, 반려동물 산업에서는 강아지의 견종, 환경 등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데이터로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웰시 코기 500마리에 대한 데이터가 있다면 501번째 웰시 코기에게는 맞춤화된 정보를 주는 것이 핵심이다.

창업을 결심한 후 미국행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사람들이 반려 동물에 매년 150조원 가까이 소비할 정도로 시장이 크고, 반려견의 훈련이나 사료 등에 대한 기준이 많이 만들어지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에는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이 많아 강아지의 종류와 개체 수가 많기 때문에 양질의 다양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 미국의 수많은 도시 중 LA를 선택한 이유는 LA의 소비자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좋아하고, 그만큼 반려견 산업 역시 발달한 곳이기 때문이다.

모모프로젝트의 첫 도전은 강아지 혈액 검사 서비스였다. 강아지는 말을 못하기 때문에 동물 병원에 가면 무조건 혈액 검사를 하지만 검사 결과가 너무 어려워 대부분의 견주는 이를 해석하지 못한다. 그래서 혈액 검사 결과를 인바디 검사지처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 제품의 사용 대상은 대부분 아픈 강아지였고, IT 서비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피벗을 결정했다.

두 번째 도전은 사료 분석 서비스였다. 강아지 사료에 대한 분석을 시각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표현했는데, 마케팅 없이 6천 명이 사용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수의사들마다 사료에 들어간 재료에 대한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견주로서 최종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고, 보통 사료가 건강할수록 맛이 없어 강아지가 고급 사료를 잘 먹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비싼 사료를 추천할수록 서비스의 매출이 증가하는 비즈니스 모델이었기 때문에 사업이 커질 수록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결국 1년 정도 투자했고 단기적인 성과도 있는 서비스였지만 두 번째 피벗을 하게 되었다. 강 대표는 돌이켜 봤을 때 이 시도에서 빠르게 실패하는 린 스타트업 방법을 적용하지 않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작년 10월, 두 번의 피벗 이후 팀원들 모두 미국에 와서 사용자 인터뷰를 하고, 견주가 모이는 곳에서 관찰 일기를 작성했다. 시장 조사를 하던 중 모모프로젝트 팀은 도그 파크에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강아지들끼리 싸움이 날 수도 있고, 병이 있는 강아지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아지도 사람처럼 사회화를 위해 다른 강아지들을 만나야 된다. 여성 견주들은 보통 인스타그램을 통해 동네에서 열리는 이벤트에 참가하지만 모임에 누가 나올지 모르고, 주기적으로 열리지 않기 때문에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몸으로 부딪히며 진행한 시장 조사 끝에 동네에서 강아지 친구를 찾기 힘들다는 문제를 풀기로 결정했고, 젊은 여성 견주를 초기 사용자로 설정하여 현재의 모모프로젝트 서비스를 출시하게 되었다.

지금은 미국 소비자 시장에서의 플레이북을 찾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인들만큼 자신의 이야기나 경험을 온라인에 공유하지 않고, 여러 커뮤니티에 사람들이 흩어져 있다. 그래서 시행착오를 통해 미국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관찰 및 연구하고,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스토리 텔링을 해야 하는지 실험하고 있다. 이미 사용자들의 반응을 통해 제품에 대한 확신을 얻었고, 성장과 스케일링을 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중이다.

모모프로젝트를 운영하며

견주들이 겪는 문제에 대한 강윤모 대표의 진정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열정은 직원은 물론 어드바이저와 투자자의 마음도 움직였다. 모모프로젝트는 500 Startups의 엑셀러레이터에 참여했고, Goodwater 캐피털과 스마일게이트로부터 프리시드(pre-seed) 투자를 유치했으며, 피스컬노트 팀황 대표, 당근마켓 김재현 전 공동대표 등 스타트업 업계의 저명 인사들에게 엔젤 투자를 받았다. 미국의 한 수의사는 모모프로젝트가 잘 되어 실제로 견주들과 강아지들을 도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회사의 어드바이저로서 자원하여 돕고 있다

팀원은 개발자 3명, 디자이너 1명, 프로덕트 매니저(PM) 1명을 포함해 약 7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부분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강윤모 대표는 소모임 팀에서의 경험 덕분에 개발자와 의사 소통하고 일하는 방법을 알았고, 아이템에 대한 확신과 이를 성공시키기 위한 열망을 보여주어 큰 어려움 없이 초기 개발자를 채용할 수 있었다. 물론 피스컬노트에서의 경험과 당시 포브스에 개재된 기사도 초기 팀원을 모으는 데에 도움이 됐다.

팀원들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는 사용자 피드백이지만 대표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 강 대표는 팀원들이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다양한 방법으로 돕는다. 예를 들어 스탠드업(standup) 미팅에서는 돌아가며 오늘의 한 마디를 나눈다. 오늘 회사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 단기적 및 장기적 목표, 커리어에 대한 생각, 사용자에 대한 이야기 등 서로의 진솔한 생각을 들으며 팀이 뭉칠 수 있게 돕는다. 팀원과의 일대 일 면담 시간에는 일, 의사 소통, 성장, 그리고 동기 부여라는 네 가지 주제에 대해 대화한다. 회사에 왜 다니고, 어떻게 하면 자신의 목표와 회사의 목표가 같은 방향을 향할지 고민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는다.

마무리하며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는 필자에게 반려동물 산업은 나의 문제라고 느껴지지는 않는 분야였다. 하지만 강윤모 대표를 인터뷰하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미국의 70%의 가정이 총 1억 5천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그 과정에서 매년 150조원 가까이 소비한다는 엄청난 숫자는 둘째 치고, 사람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려견 항암치료를 하며 쌓인 데이터를 사람의 항암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과 강아지의 유전자는 굉장히 비슷하다. 더 나아가 강아지와 사람은 같은 약을 복용하기 때문에 강아지에게 얻는 의학 데이터는 인간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강윤모 대표는 82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만든 초창기 멤버 중 한 명이다. 시간이 흘러 82스타트업이 현재 수많은 예비 창업자, 스타트업 대표,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처럼 모모프로젝트 역시 머지 않아 강아지 입양 후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제품을 넘어 강아지와 견주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이로운 서비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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