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옥소폴리틱스 유호현 대표님

interviewer: 류호산 (hoteve)
UC 버클리에 봄 학기 교환학생으로 와 있습니다.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 인지과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궁극적인 커리어 목표로 창업을 꿈꿉니다. 한국에서 창업학회 활동과 스타트업 PM/UX 인턴십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현재는 마음의 연장으로 동작하며 창조성을 증폭시키는 지적 기술, 인공지능(DL), UX 디자인, HCI, Product Management에 관심이 많습니다.

홈페이지: https://hoteves-mind.super.site/
이메일: fbghtks1000@gmail.com

유호현 대표님이 개발한 <옥소폴리틱스>는 여러 정치성향의 사람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정치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나 역시 수개월 이상 이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으며, 굉장히 신선하고 좋은 경험이였다. 뿐만 아니라 유 대표님은 창업 이전 스타트업 시절의 트위터와 에어비앤비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신 경험이 있으신,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분이시기도 하다. 문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교환학생과 박사 과정을 미국에서 밟으셨으며, 학부 시절의 언어학에 대한 배움을 엔지니어링에 적용하기도 하셨다.

https://oxopolitics.com/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으려면 한 분야에서 상위 1%가 되거나, 3개의 분야에서 상위 25%가 되세요.”

본 인터뷰는 2023년 1월과 4월에 있었던 두 차례의 만남을 편집한 것입니다.
아래 회색 박스 안에 있는 것은 저(류호산)의 질문/생각이며, 나머지 텍스트는 전부 유호현 대표님의 말씀입니다.


원격 근무와 성과제에 대해

저는 현재 한국에 있는 직원들과 100% 원격 근무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그렇기에 전적으로 성과제, 퍼포먼스 중시 시스템으로 갈 수밖에 없었죠. 원격인 경우 전반적으로 능률이 더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런 환경에서 더 잘 하는 사람이 있고 더 못하는 사람이 있죠.

그렇다면 ‘퍼포먼스’는 결국 매출인가요?

물론입니다. 얼마나 돈을 회사에 벌어다 주는지만큼 중요한 것은 없어요. 일주일에 하루만 일하고 몇억을 벌어다 준다면? 그 사람은 승진하는 겁니다. 연봉을 1억 받는데 1억도 못 벌어다 준다면…”넌 여기 왜 있는 거니?” 가 되어버리는 거죠. 사실 이 이유 덕분에 실리콘밸리에서는 오히려 직원이 갑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너의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이 문제를 풀어 10억을 벌어다줬어. 그러니까 2억만 줘.”

성과 측정의 기준은 결국 말 그대로 성과입니다. 코드를 얼마나 많이 짰는가는 중요하지 않죠. 물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 360도로 진행되는 동료평가가 매우 중요한데, 이를 통해 (데이터 등을 통해) 예견된 실패였는데 강행해서 실패한 것인지, 정말 최선을 다한 것인지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결국 중요한 것은 동료들 사이에서의 평가입니다. 추가적으로 한국과 달리 미국은 해고가 매우 자유롭죠. 하지만 이게 오히려 좋은 것일수도 있습니다. 잘려야 하는 사람인데 그 자리에 그냥 몇 년간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스타트업에서의 고인물에 대해

스타트업은 고인물이 가장 위험합니다. 물론 초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한명 한명이 소중할 수 있죠. 그러나, 창립멤버의 역량은 회사의 성장 속도에 금방 따라잡히게 됩니다. 그러나 C레벨이나 VP라는 지위에 사로잡혀 내려가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동료 평가 등을 통해 너는 이 정도의 수준이라, 좀 더 낮은 권한의 직급으로 내려가는 것이 좋겠다, 등으로 피드백을 줍니다. 이 사람이 어디까지 내다볼 수 있는지 – 하루, 일주일, 몇달, 몇 년…-를 봐야 하는데, 이는 그만큼 많은 변수들을 고려하고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멀리 볼수록 보통 높은, 권한이 많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죠.

센드버드 김동신 대표님의 말씀이 생각났던 대목이다.

미국 대학원에 대해

실리콘밸리에서 일을 할 계획이라면 석사를 무조건 하는게 좋습니다.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를 뾰족하게 파고든다는 것은 창업에 있어서 누구나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있는 아이템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경쟁력을 주죠. 뿐만 아니라 한국인 입장에서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기반도 되고, (한국 대학교 학사 졸업생의 경우 특히나) 미국 석사를 달면 훨씬 더 업계에서 인정해주기도 하고요. 아무것도 없이 한국 대학교만 졸업하고 미국에 와서 취업 또는 창업을 한다….? 물론 100% 불가능한것은 아니겠지만 매우 어려울 겁니다.

미국 대학원생은 통상적으로 월에 1500달러 정도를 받는데, 방학에 인턴을 하면 한달에 5000에서 10000달러 정도를 받습니다. 즉 인턴을 안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3개월 일해서 번 돈으로 1년 먹고 사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어요. 비자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석사에게 비자가 먼저 추첨으로 할당되기 때문이죠. 석사는 2년이면 웬만하면 끝나고, 인턴도 동시에 할 수 있고, 미국 취업보다 훨씬 더 장벽이 낮기에 너무 부담스러워 하지 마세요. 개인적으로 이는 인생에서 아까워할 시간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대학원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대학원은 실제 필드에서 경험을 쌓는 것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미국 대학원을 나오면 말 그대로 ‘클래스’가 달라집니다. 이 질문은 사실 대학교를 가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 직후 고졸 신분으로 취업을 하면 더 일을 빨리 배우고 잘 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것과 동일한 질문이에요. 당연히 더 돈을 빨리 벌고 일도 잘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최종적인 capacity(수용력, 역량)가 다릅니다. 주의해야 하는 것은, 실제 필드에서의 경험을 통해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성장을 할 수 있지만 이는 결국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성장이라는 것입니다. 일단 필드에 뛰어들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 투자자들, 트랜드들 등을 전부 신경써야 하고 생존을 위해 돈을 버는 것에 집중하게 되어요. 결국 중요한 것은 시대가 급변해도 망하지 않는 본인만의 비전과 미션을 갖는 것입니다.

창의성과 지식을 암기하는 것은 결국 하나라는 사실이 떠오릅니다. 어린 나이에 창의적인 영재로 불렸던 아이들은 예외없이 특정 분야가 너무 즐거워서 다른 또래보다 압도적으로 그 분야의 지식을 많이 ‘알고’ 있었던 친구들이고, 그렇기에 그 분야에서의 창의성이 emerge 될 수 있었던 것이죠. 또한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그 분야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거나 지식적인 측면에서 다른 아이들과 별 차이가 없어지기 때문에 두각을 더 이상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대학원 역시도, 특히 딥 테크 분야에서는 실제 산업과 가치 창출과 유리되어 있는 지식을 연구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연구’ 한다는 것 자체가 ‘실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창조적인 무언가를 창출해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고, 이는 결국 특정 필드에 대한 지식적인 깊은 탐구가 수반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과 미국 창업 차이에 대해

한국 창업은 대부분 돈을 버는 것에서부터 접근합니다. 즉, 1에서 100을 만드는 방법이죠. 그렇기에 기존의 거대한, 이미 검증되고 가능성 있어 보이는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당이라던지, 화장품 사업이라든지…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기본적으로 제로부터 시작하며, 그렇기에 미션과 비전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존에 없고 다른 것, 혁신적인 것을 하기 위해서는 비전이 필수적이다는 인식이 있어요. 한마디로 비전/미션 우선주의입니다.

저도 한국 창업계를 보면서,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역시나 한국답게 창업이라는 분야도 게임 스킬트리처럼 정해진 길을 만들어놓고 선형적으로 습득해가는 ‘정답이 있는’ 것으로 접근하는 것을 보면서, 어? 내가 미국 창업 책, 영상을 보면서 간접적으로 느낀 기업가 정신은 이게 아닌데? 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사실 우리가 취업을 보는 것과 동일하게 창업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취업에는 수많은 회사들이 존재하고 수많은 방식이 존재하지 않나요? 그런데 특히 한국에서는 창업을 단일한 길로 보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챗GPT를 만드는 사업을 할 수도 있고, 그것을 활용하는 사업을 할 수도 있는 것처럼, 창업에 정답은 없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대학원을 가서 박사까지 딴다면 (제 지도교수님의 말을 빌리자면) ‘mere engineer’가 아니라 ChatGPT와 같은 것을 ‘만드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죠. 물론 저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는 ‘entrepreneur’가 되어 있지만…아무튼 창업가마다 하는 이야기는 전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 만나다 보면 제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거에요.

그래도 창업가분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코어, 교집합이 보이지 않을까요?

그보다는 본인에게 맞는 것(조언)을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리드 호프먼은 조언을 모으는 것이 기업가의 가장 귀중한 스킬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조언을 무시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의 피벗은 아이템을 바꾸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동일한 비전내에서 접근 전략을 바꾸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한국 창업 동기 중 많은 사람들이 돈, 또는 회사가 싫어서와 같은 창업 동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그런 동기를 가진다면 바보같은 짓입니다. 왜냐, 창업을 하면 0.001%의 확률로 10년 후에 통장에 50억이 들어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냥 실리콘밸리에서 취업을 하면 90% 확률로 50억을 벌 수 있습니다. 즉, 여기서 창업은 현실적으로 봐도 정말 미친 짓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꿈을 묻습니다. 여기서 투자는 founder의 꿈의 크기에 배팅하는 것이죠.

창업은 미친 짓이지만, 스타트업 대표들이 길거리에 넘쳐흐르고, 그들에게 “당신의 꿈의 크기는 어느정도입니까?”라고 묻는 사회. 그야말로 낭만적이네요.

측정에 대해

측정을 하고, 그것이 예상과 다를 때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인문학적 통찰이 중요해지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며, 본인만의 깊은 전문성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죠. 특히 리서치 능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은 대학원은 공부하러 가는 곳이고 창업과 다르게 보지만, 대학원에서 리서치하고 가설검증을 하는 것을 배우는 그것이 바로 애자일이기 때문입니다. 일맥상통 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똑같아요. 창업가들이 대학원을 가야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프로덕트는 기능의 집합이 아니라 가설의 집합이다.”

결국 가설을 실험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본질이죠. 문제를 풀고, 실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대학원에서 배울 수 있냐구요? 바로 그것을 대학원에서 배우는 것입니다. 다만 한국 대학원에서의 연구 주제는 대부분 정부나 타 회사에서 던져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연구 주제는 결국 저와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이 주는 것이거든요. (실제로 대표님은 <Digital Democracy – AI in Politics?> 라는 주제로 최신 인공지능들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하버드 케네디 스쿨 정치학 포럼에서 강연이 예정되어 있으셨다.)

대학생 창업에 대해

한국은 너무 젊음이 짧은 사회입니다. 미국은 40대에 창업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데… 창업은 특히나 급할 필요가 없는 영역입니다. (본인 분야에서 탑을 찍어본 경험이 있는 40~50대가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을 만들어낼 확률이 높다는 것은 데이터로도 증명되었다.) 저도 서른 넘어서 박사를 했고, 첫 취직을 34살에 했죠.

그리고 대학생 창업은 매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본인이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도 잘 모르는 시기 아닌가요? 창업은 이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많은 한국 창업가들은 이를 망각하죠. 무엇보다, 조직에 속해보셔야 합니다. 조직은 어떻게 들어가고, 문화는 어떻게 형성되어 있고, 사람들은 어떻게 동기부여 되는 지를 직접 체험해야 해요. 그래야지만 본인이 창업을 했을 때 타인들에게 동기를 어떻게 부여하고,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데이터 기반 결정에 대해

제가 인턴을 하면서 깨닫게 된 것 중에 하나가, 저는 나름대로 인간의 마음 구조와 본성, 행동 패턴 등 모든 것을 고려해서 홍보 메시지 문구를 작성하고, 버튼을 디자인했는데, 제가 생각한대로 소비자들은 절대 안 움직이더라고요. 그래서 인간 본성을 아무리 공부해도, 결국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게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안먹히지? 라고 자문했는데 바로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한계를 느꼈죠.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하는 겁니다. (대학원!) 예를 들어 AB테스트를 하려고 버튼의 위치를 옮겼는데 반응이 더 좋다. 또는 좋지 않다고 해 봅시다. 그런데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다? 단순히 데이터를 보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검증 절차를 설계하는 지점에서 데이터 기반 기술이, 데이터를 해석하는 지점에서 인간에 대한 통찰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이렇게 궁극의 ‘PM’ 또는 CEO로써의 직관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공에 대해

성공이란 무엇일까요?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으면 성공일까? 돈을 많이 벌면? 100억짜리 기업이 되면? 그러면 그 다음엔 뭘까요? 스타트업은 매일매일 기적을 기대해야 하는 곳입니다. 기적이 한 번 일어나도 한 순간에 망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기적이 겹쳐왔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믿습니다. 이 지점까지 온 사람들도 1%도 안 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진보와 보수가 한데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 지점에서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돈은 아직까지 많이 못 벌고 있죠ㅎㅎ (이후 현재 집중하고 있는 프로덕트에 대해 말씀해주셨고, 잘 되기만 한다면 정말 한국 언론계 전반과 사람들이 정보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심대한 임팩트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에서 필요한 인재는 어떤 모습인가요? 어떠한 역량과 성향을 갖춘 사람이 혁신에 최적화된 인물인지 궁금합니다.

자기가 무엇을 잘하는지, 회사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본인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하고, 도전을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이여야 합니다. 한국은 제너럴리스트를 좋아하긴 하지만 미국 대기업은 보통 굉장히 전문적으로, 잘하는 것만 잘하면 됩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예외없이 모든 걸 다 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본인이 ‘어디까지 할지’를 스스로 정해야 하고, 그렇기에 협상(negotiation) 스킬이 매우 중요합니다. 스타트업에서는 항상 딜을 하면서, 본인의 범위를 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용자와의 딜, 다른 직원과의 딜, 회사와의 딜, 경쟁사와의 딜….딜이라는게 뭐 대단한 거래가 아니라 모든 대화 자체가 네고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직원에게 나는 여기까지 하겠다. 좀 도와줄 수 있겠는가? 라고 협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협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가르쳐줘야 하는 사람입니다. 스타트업에서는 그렇게 전부 신경써줄 여력도 없는데요. 다시 한 마디로 정리하면, 본인만의 영역을 갖고 끊임없이 네고를 해야 합니다.

대표가 모든 것을 다 결정해줄 수 없습니다. 예컨대 예산 100만원에서 얼마 쓸래? 라고 대표가 제안한다고 했을때도 협상을 해야 하는데, 한국 직원들은 “주시는 만큼 맞추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 말하죠. 아니 그래서 얼마가 필요하냐고! 50만원이면 이 정도까지 가능하고, 70만원이면 이 정도까지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어느 정도의 자원 수준에서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가 나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진짜 본인을 아는 사람입니다. 나는 어떤 일을 잘 하는가? 어떤 스킬셋을 가지고 있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예를 들어 식탁을 고치러 온 아저씨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두시간 내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고 했는데 두 시간 안에 못끝내고 계속 변명을 댄다고 생각해보세요. 이건 사기죠.

창업 초기에 같이 창업을 할 팀원들을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하고, 팀원들과 잘 맞는지 아닌지를 어떤 기준으로 고려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위의 질문과 비슷하게, 팀원과 만날 땐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뒀습니다. 소통을 가장 효율적으로, 짧게 최소한으로 하는 사람이 있고 그 반대인 사람도 있죠. 중요한 것은 필요한 이야기를 계속 소통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인지 입니다. 특히 R&R(역할과 책임)에 대한 소통을 끊임없이 해가며 합리적으로 조정해 갈 줄 알아야 합니다.

최고의 스타트업이란 무엇일까요? / 최고의 조직에서 대표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대표는 delegation(위임)을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결국 대표의 본질은 일을 시키는 것이죠. 그런데 본인이 하던 일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기 위해서는 맥락, 목적, 자잘한 지식들, 본인이 가진 스킬셋, 경험에서 온 지식들 등을 전부 알려주어야 하는데 이를 패키지로 깔끔하게 만들어서 전달해주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또한 대표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끌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역시 끊임없는 소통으로 가능한 것이죠. “당신이 지금 알고 있는 건 이것이고, 우리 회사가 필요한 것은 이거에요. 그렇다면 이렇게 해볼까요?” 치열하게 이야기하면서, 직원들의 스킬을 끌어내서, 큰 그림을 만들어 가는 일이 대표가 하는 일이에요. 본인 혼자 큰 그림을 그리고 혼자 생각하고 있으면 아무 소용 없죠. 미션과 비전을 명확하게 써 붙여놓고 다듬어야 합니다.

-Vision(Destination): 도달해야 하는 분명한 목적지
-Mission(Purpose): 목적, 동기를 부여하는 것
-Stretagy(Plan of Action): 목적을 충족시키면서 목적지로 도달하기 위한 수행 계획


The Vison is the destination, the Mission is the purpose, and the strategy is the roadmap to reach the destination(vision) while fulfilling the purpose(mission)

내가, 회사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삼성의 그것처럼 ‘세계 일류가 되자!’ 같은 것은 의미 없고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풀고 싶고, 그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스킬셋이 필요한지 고민할 수 있는 미션과 비전이여야 합니다. 모두가 함께 고민해서 해결책을 만드는 것이죠. 이렇게 작동하는 것이 최고의 회사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만들 때 회의가 정말 중요합니다. 물론 아젠다와 목표가 굉장히 명확해야 한다. 시간이 얼만큼 걸리더라도 이것만큼은 결정하고 가겠다는 목표가 있어야 해요. 스타트업에서 회의란 본질적으로 다양한 전문성이 모여 결정을 내리는 과정입니다. 특정한 사안을 다양한, 다른 시선들로 보고 합의를 보는 것이며 이는 곧 혁신이 만들어지는 시간입니다.

명확한 솔루션을 잘 모르겠을 때, 피봇하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고민해서 밀어붙어야하는 순간이 있을수 있는데 그 상황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은 어떻게 기르면 좋을까요?

사실 안목이라고 하는 것은 대기업 재벌 회장이 혜안을 가지고 결정을 내려주는 것과 같은 이미지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는 산업화 시대의 이야기이죠.

리탠션이 몇퍼고? 니 그건 피벗해라!

항상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 프로젝트로 몇달 이내에 사용자가 얼마만큼 늘어나면 성공이니까 계속 지속한다. 아니라면 재검증한다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계획을 세울 때 천만원을 들인다면, 한달 후에 최소 1500만원의 매출이 나와야 계속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런데 한달 후에 매출이 0원이라고 해봅시다. 이때는 아까워서 조금만 더 해보고 싶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그 시점에서 더 하면 망합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 – 즉 매몰비용이 없을 때 합리적인 판단, 플래닝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계획을 따라야 하는 것이죠. 물론 무 자르듯이 성공과 실패를 재단하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한달이 지났는데도 매출이 0원이지만 일주일만 더 기다리면 1500만원이 들어온다고 한다면 처음 계획과는 살짝 다르지만 성공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미국에 와서 살아보세요

저는 한국의 육아휴직이 너무 갔다고 생각해요. 미국은 한국처럼 육아휴직이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실제로 현재 기준 한국 육아휴직의 기간은 1년 이내이며, 이는 세계 평균인 18주의 1.8배에 달한다. 그러나 민간기업의 실제 육아휴직 사용률은 0.42%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게 가능한 이유는 미국에서는 회사를 다니면서 육아를 하는게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일례로 출퇴근 시간도 유연해서,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아이들을 적당한 시간에 픽업할 수 있죠. 육아휴직이 너무 길어진다면 그것은 회사에게도 좋지 않지만 결국 본인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당연히 경력이 단절되고, 복귀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좀 다른 이야기로, 가정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젊은 창업자들은 이렇게 생각하기가 쉽지 않죠. 그렇기에 책임이 상대적으로 없는 20대 중반에 창업하거나, 또는 저처럼 결혼을 한 이후에 창업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한국은 부자들이 전부 서울, 강남에 살죠. 그러나 미국에서의 부자의 삶은 한국의 그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이런 말이 있죠. “미국에서 부자의 기준이란, 나는 도시를 볼 수 있지만 도시는 나를 볼 수 없어야 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모두가 서울 대도시 내에서 살기 때문에 본인을 차별화하기 위해 용을 쓰죠. 미국에서는 본인의 부를 증명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팔로알토와 같은) 도시와 가까운 단독주택에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것이 보여지거든요. 물론 여기의 집값은 30~40억에 달합니다. (월세는 보통 500~600만원 이상이라고 한다) 서울 비싼 아파트와 비슷한 가격이긴 하지만, 서울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일반인들이 실제로 그 값을 지불할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투기 집단들이 해외자본을 유치하는 등의 이유들이 있죠. 하지만 이곳은 실제로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그 가격을 낼 수 있는 능력이 되고, 그렇기에 가격이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보다는 훨씬 덜 억울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 미국으로 오세요! 옥소폴리틱스도 많이 사용해주시고 많은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

대표님의 새 명함 뒷면. 나도 대표님처럼 전인적인 선배/기업가/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곱씹게 된다.